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 ‘준명당 어린이학교’와 덕수궁 도보해설 체험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축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준명당 어린이학교’를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행사 하루 전날 취소된 한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한복을 꼭 입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 서둘러 한복을 준비했습니다. 유치원 때 이후 처음으로 한복을 입고 덕수궁을 찾게 되어 더욱 설레었습니다.
이왕 덕수궁에 가는 김에 궁궐의 역사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도보해설 프로그램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예약할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어 도보해설도 신청했습니다.
10월 10일 오후 1시에는 왕실의 예절과 궁궐의 자연을 배우고, 오후 3시에는 덕수궁 도보해설에 참여해 궁궐 건물에 담긴 역사까지 알아보았습니다.

덕혜옹주와 함께한 준명당 어린이학교
♦ 체험 일시: 2026년 10월 10일(토) 오후 1시
♦ 체험 장소: 덕수궁 준명당 및 궁궐 일대
♦ 체험 내용: 궁궐 예절 학습, 궁궐 자연 체험, 궁궐 공작 놀이
♦ 참여 복장: 한복 필수 착용

오후 1시, 광명문 앞에서 초록색 당의를 입은 상궁마마와 하늘색 저고리를 입은 나인을 만났습니다.
.png)
상궁마마를 따라 석어당으로 이동하자 그곳에서 덕혜옹주를 만났습니다. 덕혜옹주는 고종 황제의 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어린 시절 준명당에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25명의 어린이가 덕혜옹주, 상궁마마, 나인과 함께 한복을 입고 준명당으로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마치 옛 왕실의 어린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1교시 – 궁궐 예절 학습
첫 번째 수업에서는 궁궐에서 지키던 예절을 배웠습니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두 손을 모으는 ‘공수’ 자세였습니다. 남자는 왼손을 위로,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포개고 손을 배꼽 부근에 놓는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손을 모은 채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인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전에도 예절 수업을 몇 번 받아 보았지만, 이번에는 한복을 입고 배우니 평소보다 자세와 말투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png)
2교시 – 궁궐 자연 체험
두 번째 수업에서는 궁궐을 걸으며 나무와 꽃을 관찰했습니다.
살구나무, 가시칠엽수, 오얏나무를 살펴보았는데, 나무들이 유난히 오래되어 보여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서 자랐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오얏나무는 자두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에도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궁궐을 걷던 중에는 고종 황제도 만났습니다. 고종 황제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셔서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3교시 – 궁궐 공작 놀이!
마지막 수업에서는 반짝이는 자개와 압화를 이용해 나만의 키링을 만들었습니다.
앞선 수업에서 궁궐의 예절과 자연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직접 손으로 작품을 만들며 즐겁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왕실의 예절을 배우고, 궁궐의 나무를 관찰하고, 직접 작품까지 만들어 보니 준명당에서 공부했던 어린 시절의 덕혜옹주도 참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준명당 어린이학교 수업을 마쳤습니다.

준명당 어린이학교를 마친 뒤에는 덕수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도보해설에 참여했습니다.
원래 도보해설은 덕수궁 밖에서 만나 시작하는 일정이었지만, 저희는 앞서 준명당 수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한문 안쪽 다리에서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한 덕수궁 역사 탐방
♦ 탐방 일시: 2026년 10월 10일(토) 오후 3시~5시
♦ 탐방 프로그램: 덕수궁 서울도보해설관광
♦ 탐방 코스: 대한문 → 중화전 → 함녕전 → 정관헌 → 석어당 → 즉조당 → 준명당 → 석조전 → 돈덕전 → 중명전
♦ 소요 시간: 약 2시간

궁궐에는 왜 다리가 있을까요?
해설사 선생님은 궁궐에 다리를 만든 이유가 두 가지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첫째는 왕이 머무는 공간과 일반 백성이 다니는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풍수지리에서는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흐르는 곳을 좋은 자리로 여겼기 때문에 궁궐 앞에도 물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궁궐을 흐르는 물길을 ‘금천’, 그 위에 놓인 다리를 ‘금천교’라고 부릅니다. 평범한 돌다리에도 공간을 구분하는 의미와 풍수지리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중화전 – 대한제국 황제의 공간
중화전은 대한제국 황제가 공식적인 의식을 거행하던 중심 건물입니다.

중화전 앞에서는 바닥에 깔린 넓적한 돌인 ‘박석’에 대해 배웠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가운데 길은 왕이 걸어가던 길이고, 양쪽 길은 문무관료들이 걸어가던 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저도 왕이 걸어가던 가운데 길을 따라 중화전으로 향했습니다.
.png)
계단에서는 용이 새겨진 ‘답도’를 살펴보고, 건물 앞에 높게 만든 넓은 기단인 ‘월대’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조선 시대 궁궐의 답도에는 주로 봉황이 새겨졌지만, 대한제국에서는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 문양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화전의 문에도 황금색이 사용되었는데, 황금색 역시 황제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합니다.
지붕 위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려는 의미를 담은 장식물 ‘잡상’이 있었습니다. 중화전 지붕에서는 9개의 잡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철망은 새들이 앉아 건물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화전 앞에서는 물을 담아 두는 커다란 그릇인 ‘드므’도 살펴보았습니다. 드므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불귀신이 놀라 도망간다는 믿음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잡상과 드므는 다른 궁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용이 새겨진 답도와 황금색 문은 대한제국 황제의 권위를 보여 주는 특징이라는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함녕전 – 고종 황제의 침전
다음으로 고종 황제가 생활하던 침전인 함녕전을 찾았습니다.
1904년 덕수궁에 온돌공사를 하다가 큰불이 났을 때 함녕전도 피해를 입었고, 이후 다시 지어졌다고 합니다.
황제가 생활하던 건물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화려한 궁궐 속에도 실제 생활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정관헌 – 서양식 건축이 어우러진 공간
정관헌은 서양식 기둥과 난간이 있는 독특한 건물로, 고종 황제가 휴식을 취하고 외국 손님을 접대하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인 건축가 사바틴이 설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png)
특히 난간에는 나무를 뚫어 무늬를 만드는 ‘투각’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그 속에 박쥐가 숨어 있었습니다. 한자로 박쥐를 뜻하는 ‘복(?)’이 복을 뜻하는 ‘복(福)’과 발음이 같아 예부터 행운과 복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평소 무섭거나 징그럽게만 생각했던 박쥐가 복을 상징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석어당 – 단청을 하지 않은 특별한 건물
석어당은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2층 건물로, 다른 궁궐 건물들과 달리 단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덕수궁이 처음부터 궁궐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선조가 머물렀던 민간의 집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석어당은 원래 민간의 집이었으며, 이후에도 선조가 겪었던 고난을 잊지 않기 위해 단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가운데 대청마루와 양쪽 온돌방을 통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전통 한옥의 구조도 배웠습니다. 화려한 단청이 없는 건물에도 역사와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즉조당 – 두 임금이 왕위에 오른 곳
석어당 옆에 있는 즉조당은 광해군과 인조가 왕위에 오른 장소입니다. ‘즉조’는 왕위에 오른다는 뜻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이곳에 머물면서 나랏일을 보기 위해 석어당 옆에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즉조당은 대한제국 시기에 중화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황제가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는 정전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석어당과 즉조당은 덕수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준명당 – 덕혜옹주가 공부했던 곳
즉조당과 복도로 연결된 준명당은 앞서 어린이학교 수업을 받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png)
해설사 선생님은 준명당이 덕혜옹주의 교육을 위해 유치원으로 사용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건물 앞 돌에는 작은 구멍이 남아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설치했던 흔적이라고 합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덕혜옹주는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고, 이후 일본인과 결혼했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정신질환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았고, 결혼 생활도 이혼으로 끝났습니다. 오랫동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1962년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황녀로 태어나 준명당에서 공부하던 덕혜옹주가 일제강점기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았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석조전 – 대한제국의 서양식 궁전
석조전은 덕수궁의 전통 건물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커다란 돌기둥이 늘어선 모습이 마치 그리스 신전 같았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석조전이 영국인 건축가 하딩의 설계로 지어진 서양식 궁전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고종 황제는 외국의 궁전처럼 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업무를 보고, 손님도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축 비용이 부족해 완공까지 10년이 걸렸고, 완공되었을 때는 이미 고종 황제가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뒤였습니다. 석조전은 광복 이후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린 장소이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멋진 서양식 건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한제국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가 담긴 건물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돈덕전 – 외국 손님을 맞이하던 곳
돈덕전은 대한제국 시기에 고종 황제가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지은 서양식 건물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돈덕전이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의 설계로 지어졌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석조전은 영국인 건축가가 설계했지만, 돈덕전과 정관헌은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돈덕전은 고종 황제가 세상을 떠난 뒤 철거되었지만, 최근 복원되어 다시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돈덕전을 보니 전통 궁궐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사라졌던 건물을 복원해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돈덕전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덕수궁 밖으로 나와 마지막 탐방 장소인 중명전으로 향했습니다.

중명전 – 을사늑약의 아픈 역사가 남은 곳
해설사 선생님은 중명전이 원래 황실 도서관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1904년 덕수궁에 큰 화재가 발생하자 고종 황제는 이곳에서 약 3년 동안 생활하며 나랏일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1905년, 바로 이곳에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었습니다. 당시 고종 황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조약에 동의하거나 최종 서명을 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고종 황제는 을사늑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세 명의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 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미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상태였기 때문에 특사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외교권이 다른 나라와 직접 관계를 맺고 협상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 권리를 빼앗긴다는 것이 나라에 얼마나 큰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png)
해설이 끝난 뒤에는 중명전 내부로 들어가 전시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을사늑약과 관련된 자료를 보니 조금 전 들었던 설명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름다운 건물 안에 나라를 지키려 했던 고종 황제의 노력과 을사늑약의 아픈 역사가 함께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덕수궁에서 만난 즐거운 역사와 아픈 역사
이번 덕수궁 나들이에서는 같은 장소를 두 가지 방법으로 경험했습니다.
준명당 어린이학교에서는 한복을 입고 덕혜옹주와 함께 왕실의 예절과 자연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어진 도보해설에서는 궁궐의 다리와 건물에 담긴 역사, 대한제국의 변화와 아픔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준명당에서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을 체험한 뒤, 해설을 통해 덕혜옹주의 힘들었던 삶을 알게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예쁜 한복을 입고 궁궐을 구경한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돌아올 때는 덕수궁의 건물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덕수궁은 아름다운 궁궐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담긴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날씨 좋은 가을, 아름다운 궁궐을 거닐며 그 안에 담긴 역사도 함께 알아보는 궁 나들이를 추천합니다.
이상 아티스트플로라 기자였습니다.
사진 : 아티스트플로라 보호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