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즘 바람이 선선해서 무작정 어디론가 걸어가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저희 가족은 삼청동길을 자주 찾곤 하는데요.
알고 보니 이곳은 저희 엄마 아빠의 연애 시절 소중한 데이트 코스였다고 합니다! ^^
삼청동에는 볼거리도 많고, 따끈한 호떡과 시원한 빙수, 고소한 수제비처럼 제가 좋아하는 맛있는 먹거리들도 가득합니다. 그 삼청동길을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쭉 올라가면, 길 끝자락 좌측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옥 ‘선혜원(鮮慧院)’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혜를 나누는 집"이라는 어여쁜 뜻을 가진 이곳은 SK그룹 선대 회장님의 자택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작년부터 1년에 딱 한 달 동안만 특별 무료 전시로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티켓 예매가 워낙 치열해서 엄마가 눈치싸움 끝에 겨우 네이버 예약에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온 가족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1인 최대 4매까지 예매가 가능합니다.
[선혜원 가는 방법]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3-5
전시명: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 일정: 2026년 9월 2일 ~ 10월 31일 (매주 월요일 휴관)
운영 시간: 10:00 ~ 18:00 (입장 마감 17:30)
관람 팁: 주차가 불가하므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합니다. 저희 가족은 안국역에서 내려 정독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삼청동 카페거리를 거쳐 가을 운치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가파른 입구 뒤에 숨겨진 비밀 공간과 정갈한 한옥
높은 석축 위로 보이는 거대한 목조 대문 앞에 서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입구에 ‘선혜원’ 현판을 보며 기대감을 안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계단을 따라 더 올라가니 푸른 잔디밭 너머로 ‘경흥각’이라는 웅장한 2층 한옥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고즈넉한 목조 건물과 단정한 마당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거미줄처럼 반짝이는 은빛 이슬 — 모나 하툼 Web(웹)
경흥각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천장의 거대한 서까래를 따라 연결된 투명한 유리구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1,200개가 넘는 유리구슬들이 빛을 받아 은빛으로 영롱하게 반짝이는데, 마치 한옥 천장에 아침 이슬이 맺히거나 거대한 거미줄이 친 듯 신비로웠습니다.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던 작가님의 외로움과 ‘집, 안전, 위협’이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요.
작품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신비로우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전해졌습니다.
손 끝에서 탄생한 바람과 흔적 — 김윤수 작가 시리즈
경흥각 2층에서 아래층에 설치된 유리구슬들을 보고 나오면 하린당 한옥 방 안쪽에는 김윤수 작가님의 독특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바람(투정한 사유에 관한 조각)〉
종이 골판지를 가늘게 잘라 오랜 시간 겹겹이 이어 붙여 단단한 원형 조각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쉽게 찌그러지는 부드러운 골판지가 켜켜이 모여 커다랗고 단단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고 오묘했습니다.

〈바람의 표면〉: 그리고 김윤수 작가님의 두번째 작품은 지하 1층에 전시되어있습니다.

유모차를 덮는 푸른색 PVC 비닐 위에 사람들의 발바닥 윤곽을 그리고 잘라내어 겹겹이 쌓아 올렸다고 합니다.

가벼운 비닐 조각들이 수없이 쌓여 마치 푸른 빙산이나 파도 같은 멋진 모양을 만들어냈는데, 사람이 살아가며 남기는 자취와 시간을 표현했다는 오디오 가이드 설명을 들으니 한층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시실 이동에 이용한 엘리베이터마저도 근사하게 연출되어 있어 이동하는 내내 설렘이 이어졌습니다.

일상 재료의 화려한 변신 — 최성임 〈황금이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올라오면 최성임 작가님의 〈황금이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빵 봉지를 묶을 때 쓰는 금색 빵끈을 작가님이 한 달 넘게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소소한 재료가 정성과 시간이 더해져 금빛 이불처럼 화려하고 멋진 예술 작품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며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숲속에 온 듯 시원한 소리가 흐르는 정원 ‘선후원’
〈황금이불〉 작품을 관람하다가 문득 큰 창너머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내다보였습니다.
외부로 연결된 무거운 문을 밀고 나가니,
잔잔한 수조 정원과 정갈한 돌 징검다리가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바로 ‘선후원’이라는 이름의 정원이었습니다.


돌다리를 하나씩 건너며 바라본 푸른 나무와 현대적인 건축,
그리고 고풍스러운 전통 담장의 조화는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했습니다.
공간이 너무 예뻐서 징검다리 위에서 멋진 기념사진도 남겼습니다.


정원 끝자락에서는 미니 폭포처럼 물 떨어지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는데,
마치 사슴이 물을 마시러 찾아올 것만 같은 깊은 산속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전시 관람을 모두 마치고 나가기 전 들른 화장실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또 다른 전시실 입구인 줄 알았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전통 나무 문으로 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은은한 달조명이 빛나며 기분 좋은 향기가 가득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취재를 마치며… 1년에 단 한 달만 열리는 특별한 공간이라 그런지, 관람하는 매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평범한 일상의 재료들이 한옥이라는 전통 공간을 만나 어떻게 멋진 이야기로 탈바꿈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삼청동의 고즈넉한 가을 풍경과 함께 한옥의 멋, 그리고 현대미술의 지혜를 함께 경험해보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꼭 사전 예약에 도전하여 방문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상 삼청동 선혜원에서 죠죠 리포터였습니다!^^
사진출처 : 직접촬영
지도출처 : 네이버